
적어도 30년은 넘은 파커 조터 샤프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께 샤프 한 자루를 선물 받았다.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때라는 것만 기억난다. 3~4 학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6학년 때 받았다 하더라도 최소 30년이 넘은 오래된 샤프다. 지금껏 여러 샤프들을 사용해 봤지만 이만큼 내 손에 잘 맞는 샤프는 없었다. 지금도 좋은 성능의 일본제 제도 샤프를 여러 자루 가지고 있지만 이 파커 조터만큼 손에 감기는 샤프가 없다. 디자인도 옛날 느낌에 색감도 참 촌스럽다. 그립부에 인체 공학적인 무언가를 적용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특유의 가벼움 때문인지 샤프를 쓰려고 하면 이 친구를 주로 찾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샤프심이 나오지 않게 됐다. 혼자 수리해 보려고 애썼으나 분해가 어려워 시간만 날리고 포기했다. 워낙 오래 사용한 제품이고 고가의 제품도 아니라 '하나 더 구매할까' 생각하다 수리가 안되면 버린다는 마음으로 '파커'와 '워터맨'을 취급하고 있는 항소에 수리를 보내보기로 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깔끔한 수리
AS 안내 페이지에 보면 수리에 2주 정도가 소요된다고 나와있으나 택배를 보낸 지 3일 만에 샤프를 받을 수 있었다. 샤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깔끔하게 수리되어 도착했다. 버린다는 마음으로 수리를 보내 본 건데 이렇게 수리받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30년이 넘은 샤프가 아닌가.


무상으로 수리를 받은 것도 좋았지만, 샤프가 도착한 상태가 참 보기 좋았다. 새 제품을 산게 아니라 수리된 제품을 사진처럼 포장해 보내주셨다. 굳이 이렇게까지? 고객 지원실은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소소한 감동을 받았다.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에는 이상하게 정이 가게 마련인데, 이 샤프가 나에겐 그런 물건들 중 하나이다. 원래도 마음에 드는 샤프였는데 좀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겠다. 세필을 좋아해서 파커 만년필은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이상한 이유에서 파커 만년필을 한 번 사용해 보고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