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하고 싶은게 생겼다. 꿈을 찾았다.
나는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30년 동안 살면서 처음으로 해보고 싶은게 생겼다. 먹고 싶고 갖고 싶은게 아니라 진정 내가 하고 싶은것. 그림이다.
허투루 보낸 20대의 시간을 매우기는 힘들거다. 재능도 없다. 주변에 이야기하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난 그림을 그리겠다.
추상적이기는 하나 좋은 그림을 하는 사람이 되는것이 목표다. 최종적으로는 그림에 관련한 직업은 갖는 것이지만, 이 목표를 이룰 수 없다해도 적어도 그림으로 인해 앞으로 남은 인생에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요즘들어 그림이 관심이 많아졌다. 오늘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는 중에, 머리속에 어떻게 그림을 잘 그릴지, 좋게 그릴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 (나가고 있는 화실에대해서도 생각하고, 요즘 읽고 있는 그림관련 책에대해서도 생각하고)
그러다 문득, 이게 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싶은 거구나 라는 생각. 좋은 그림을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
'이게 바로 꿈이라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든 순간, 피로가 가시고 기분이 표현할 수 없이 좋아졌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꿈이 뭐냐는 질문에 언제나 자신이 없고 두루뭉실하게 대답했었는데 오늘밤 이후 달라질 것 같다. 이게 확실히 꿈이다.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게 꿈이다.
오늘은 일이 무척 힘든 날이었지만 잊지못할 날이 될 것 같다. 꿈이 없어 그냥 하루하루 성실히만 살자고 생각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게 생기다니.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밤이다.
머리속이 시원한 느낌이 든다.
--------------------------------------------------
모든 것이 하나의 실로 꿰어지는 것 같다.
고등학교때 연습장에 공부안하고 계속 끄적이던 만화들(만화라고 볼 수도 없는 내가 좋아하는 얼굴만 따라 그리기를 반복했던)
그러다 어느정도 완성된 낙서가 되면 자주 들춰보고 기분 좋아했던 기억.
- 공부가 하기 싫어서 낙서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 행동이 좋았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내 보물 1호는? 이란 질문에 '내가그렸던그림'이라고 답변을 적고, 비밀번호 힌트로 사용해왔던 것.
-언제 처음 그렇게 답변을 적었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러한 마음이 들었다. 연습장에 그렸었던 형편없는 그림들이 엄청 소중해서 20대 후반에 까지 보관하고 있었다. 지금은 좀 잃어버렸지만 한두권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비록 따라그리는 수준이었으나 친구들이 칭찬해주면 기분이 좋았던 기억.
부족한 독서량이지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왔던 몇권의 책들.
도서관에서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를 감명깊게 읽고, 계단을 내려오며 불현듯 했던 생각 ..'아 그림 해보고 싶다'
- 그림관 전혀 상관없는 에세이 였는데, 어디서 감동을 받은 걸까. 미치노가 꿈을 찾아 알래스카로 떠나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았던 것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인지... 하지만 그것과 그림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데 왜 나는 계단을 내려오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지...
무언가 결과물이 남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
- 지금 땀 흘려 돈을 버는 것은 그저 노동의 댓가를 받는 것이고. 물질적인 측면이 아닌, 나의 고민과 노력- 내가 추구하는 것을 담아내어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
.
이런 여러가지 것들이 오늘의 생각에 도달하게 만든것 같다. 이 깊은 밤에 적은 글이 내일이면 흐지부지되어버릴 지는 아침이 되어봐야 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난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는 거다. 꿈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그걸 찾은 것 같다. 찾았다.
오늘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무얼하고 살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리샵 방문기, LS50 wireless2 와 뮤조 2 비교 청음 (0) | 2022.08.30 |
---|---|
KEF LSX2 청음 후기 , 그리고 LS50 wireless2 과 KC62 (0) | 2022.08.29 |
박노해 사진전 '다른길' (0) | 2014.03.07 |
무표정 (0) | 2014.03.06 |
2014.03.06 (목) 두번째 드로잉 수업 (0) | 2014.03.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