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떼려 치우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모든 걸 실패하고 방황할 때가 있었습니다. 매일 술만 마셨어요.
술을 그만 먹을 때가 된 건지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은 없었고,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바에야 '차라리 영어라도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싼 유료 강의 대신에 선택한 일빵빵
처음으로 진지하게 영어 공부를 시작할 마음을 먹어서 돈을 투자해 볼 생각이 있었습니다. '야나두'와 '시원스쿨'을 찾아봤습니다.
야나두는 미인 선생님이 강의를 해서 집중이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돌쇠 같은 느낌의 시원스쿨이 딴생각이 덜 날 것 같았어요.
각종 매체에 광고를 어마어마하게 때리는 이런 회사들의 강의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별게 없었습니다.
한국어와 다른 영어의 어순을 입에서 툭툭 나오도록 계속, 매일 훈련하라는 것입니다. 샘플 강의를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느꼈던 시원스쿨과 야나두의 차이점이 있다면,
야나두는 '매일 10분씩' 꾸준히 하라는 것이었고, 시원스쿨은 할 때 '미치도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뭔가를 매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시원스쿨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해보려고 마음먹었다면 하루에 몇 시간이고 미친 듯이 해보라고 했습니다.
이 점이 제 생각과 같아서 결국 시원스쿨 기초 영어를 결제하게 됩니다.
신청한 교재를 기다리며 어느 날 서점에 갔습니다. 기초 영어 코너를 살펴봤어요.
여기서 '일빵빵 기초영어'라는 책을 발견했는데, 재밌게도 시원스쿨이나 야나두의 학습 방법과 다를 게 없는 겁니다.
(비싼 브랜드 강의들도 정말 다 똑같습니다. 한국어와 영어의 어순이 다름을 알려주고 주어+동사부터 말하게 하는 훈련을 시키는 겁니다.)
책 가격도 저렴할뿐더러 팟캐스트 강의까지 무료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훈련 방법도 같고요.
일빵빵의 핵심 역시 반복해서 입에서 툭툭 나올 때까지 훈련하라는 것입니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브랜드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원스쿨을 취소하고 일빵빵 기초영어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왜 일빵빵이 고마운 강의인가
일빵빵은 일찍이 팟캐스트에서 크게 붐을 일으켰던 방송입니다. 공부를 막 시작할 때는 몰랐습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지식을 공유하여 사람을 끌어모아 돈을 벌 때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지식을 움켜쥐고 강의를 팔 때였습니다.
하지만 일빵빵 저자인 서장혁 선생님은 팟캐스트를 통해 자신의 영어 관련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었습니다. 분량이 정말 엄청납니다.
저자는 한국의 영어 교육 현실이 안타까워 일빵빵을 시작했다 하셨는데, 진실은 알 수 없죠. 영어로 크게 성공하고 싶으셨던 분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중요한 건 엄청난 분량의 양질의 강의를 무료로 사람들에게 나눴다는 것입니다. 당시는 이런 게 없었으니까요.
일빵빵으로 공부해 보신 분들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강의가 방송을 위해 적당히 타협하여 만든 강의가 아님을요.
이런 좋은 강의를 무료로 제공했다는 사실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재는 일빵빵이 크게 성장하여 어학 연구소가 되었지만, 강의 초기에는 책 없이 방송으로만 공부하는 학생들을 챙겨주시기도 했습니다.
저자인 서장혁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참 궁금해요.
일빵빵 기초 영어
일빵빵은 초보부터 중상급자까지 모든 학습자를 위한 강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파닉스부터 기초영어, 영어회화, 여행영어까지 굉장히 다양합니다.
특히 제 경우처럼 기초가 하나도 없는 상태라면 기초 영어와 파닉스 수업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위 사진은 기초영어 1권 앞부분 내용입니다.
영어 어순에서 중요한 주어+동사부터 내뱉는 훈련을 하는 것이죠. 광고를 무지하게 쏟아내는 브랜드 강의들도 이 점이 똑같습니다.
이를 입으로 계속 말하게 하여 체득할 수 있도록 책과 방송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초반 내용을 보고 비웃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놀지 않았다면 이 정도는 분명 쉽게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쉬워 보여도 가볍게 넘길 수업이 아닙니다. 쉽지만 중간중간에 놓치면 안 되는 핵심 포인트들이 무척 많이 나옵니다.
고등학교 과정까지 영어 냄새라도 계속 맡은 사람이라면 기초영어 2,3권 까지는 진도를 나가는데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제 경우에는 3권 중간부터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입에서 쉽게 나오지 않고 자꾸 버벅거리게 되더라고요.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많이 올라갑니다.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강의입니다.
만약 기초영어 1권부터 5권까지의 모든 문장이 입에서 술술 나오도록 훈련했다면 일반적인 영어 회화는 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저는 완벽하게 끝내지 못했습니다.
단점
아무리 좋은 강의여도 아쉬운 점이 없을 순 없겠지요.
분량이 너무 많습니다.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1권부터 5권까지 반복 훈련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거라 생각됩니다.
책을 여러 권 끝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완벽히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한데 너무 많은 분량은 이를 어렵게 만듭니다.
문장을 좀 더 엄선하여 반복하기 좋은 분량으로 만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자세한 설명 때문에 이런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단점 또한 분량 때문입니다.
바로 강의 시간인데, 강의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시간이 뒤죽박죽입니다. 짧은 것은 짧고 긴 것은 너무 길어요.
정말이지 아낌없이 영어를 알려주시려고 하기 때문에 진지한 강의는 시간이 엄청납니다.
조금 더 규칙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강의 시간이 일정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강의 시간이 뒤죽박죽인 건 강의가 방송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방송에서 서장혁 선생님과 다른 출연자인 똘복 군이 출연하는데, 선생님이 똘복 군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형태로 방송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업만 하면 방송으로서의 재미가 떨어지겠죠?
그래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이 대화가 강의를 늘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또 완벽한 녹음 환경을 갖추고 시작한 방송이 아니다 보니 유명 브랜드 강의에 비해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마치며
아쉬운 점으로 엄청난 강의 분량을 언급했지만, 그만큼 설명이 자세하다는 겁니다.
기초영어 강의 중에서 이 만큼 설명이 자세하고 다양한 문장들을 포함하고 있는 수업은 없을 겁니다.
무척 오래된 강의와 책인데, 아직도 이 책으로 학습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빵빵 네이버 카페도 아직 활발히 활동 중이고요.
한 때 이슈몰이 하던 영어 책들은 참 많았지만 이 정도까지 오래 사랑받은 책과 강의는 국내에선 없다고 봅니다.
워낙 오래된 수업이라 지금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길게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해 보려고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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