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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탄뎀을 통해 알게된 외국인 친구를 만나 영어를 써봤다

by 712universe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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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남겼으면 좋았으련만, 많이 당황했는지 남은 사진은 고기 사진뿐이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5개 월쯤 됐을 때 이야기다. 매일 회화책을 조금씩 외우며 영어에 습관을 붙이고 있던 때다.

외국인 친구가 있으면 영어가 빨리 늘 거라는 생각에 다양한 언어 교환 앱도 쓰고 있었는데, 그중 '탄뎀'이라는 앱에서 알게 된 친구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도 처참한 영어 수준이지만 그 당시에는 채팅 영어임에도 번역기에 크게 의존하던 시기라, 감히 외국인을 만나 영어로 대화를 나눠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술에 취해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무슨 느낌일지, 과연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다행(?)스럽게 도 친구는 흔쾌히 만남을 수락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친구를 만나긴 만났다.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과의 자리에서 어색한 분위기에 영어가 되지 않아 소통까지 안되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 친구가 했던 한국어는 '감사합니다' 뿐이었다.)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어느 정도 외웠을 때라 몇 문장이라도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전에 닥치니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혹성 탈출'의 주인공 '시저' 같은 영어를 하고 있었다. 문장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 단어만 내던지고 있었다.

당시 영어 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때였고, 제일 편한 소리로 목에 힘을 빼고 가슴으로 발성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 들어가니 목으로 하는 한국어 발성이 그대로 돌아왔다. 목에는 힘이 들어갔고 목소리 톤은 높아졌다.

발음도 집에서는 원어민의 소리를 나름 따라 해 본다고 굴려봤는데, 실전에서는 리얼 콩글리시가 나왔다. 부끄러웠고, 과연 내가 발음을 굴려본들 알아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는 단어를 이야기하는데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 친구는 이탈리아 친구다. 특이한 영어 발음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영어 발음과는 달랐다. 뭔가 독특한 리듬도 있었다. 친구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 친구의 말을 거의 20%도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 알아듣는 척 눈을 바라보고 계속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렇게 외국에 나갔다간 뒤통수 맞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친구를 배웅하면서 'Catch you later, I'll keep in touch.'를 말해봤다. 만남에서 처음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해본 것이다. 회화책 맨 앞에 나오는 문장으로, 가장 많이 외우기도 했고, 이 상황에 쓰면 적합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문장이 곧 먼 곳으로 떠날 친구에게 사용해도 괜찮은 인사말인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그 친구의 눈빛을 보니 이 문장도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외국인 친구를 처음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먹어봤다. 지금도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어색하고 뻘쭘하고 답답함에 진땀이 난다.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영어 공부라는 게 지독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겨우 1,2년 해서 끝낼 수 있는 게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을 버리고 계속해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겠다.

이 친구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친구다. 혹시 다음에 만날 수 있다면 조금 더 나은 영어 실력을 갖추고 대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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