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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영어 쉐도잉 실패담

by 712universe 2023.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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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쉐도잉에 도전했다 실패한 경험을 적어보려고 한다.

 

영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쉐도잉이라는 학습법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특히 '프렌즈'라는 미국 드라마로 쉐도잉 하는 게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쉐도잉은 영어 컨텐츠 속 주인공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학습법이다. 발음, 억양, 속도까지 모두 말이다.

 

지금까지 여러 번 쉐도잉에 도전했으나 끈기가 부족하여 매번 실패했다.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영상 속 인물들이 내가 배운 영어와는 전혀 다른 영어를 쓰는 것 같았고, 말이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따라 할 엄두가 안 났다. 생략해 발음하는 것도 많아 대본이 잘 못 된 게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쉐도잉에 도전해 보려고 '프렌즈'를 켜본 사람이라면 내가 느낀 좌절감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쉐도잉이 얼마나 어렵고 또라이 같은 승부욕이 필요한 학습법인지는 한국어로 쉐도잉을 해보면 된다. 한국어 콘텐츠를 틀고 쉐도잉을 시도해 보자. 한국인으로서 한국어 내용을 알아듣고 말할 순 있겠지만, 거기에 말하는 사람의 속도까지 똑같이 따라 해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입과 머리에 과부하가 올 것이다. 그런데 그걸 영어로 한다면? 정말 보통 승부욕으로는 하기 어렵다.

 

1. 프렌즈 - 넷플릭스 미드

일빵빵 시리즈 중 '스토리가 있는 영어회화' 1권을 다 외웠을 때다. 이 책은 미드 '프렌즈' 대본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졌다. 책에 나오는 문장들이 쉽고 간단한 편이라 '이 정도면 쉐도잉 할 수 있겠다'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게된다. 저자가 초보자들을 위해 얼마나 쉽게 각색을 해놨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호기롭게 프렌즈 1화를 재생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다. 책의 대본과 실제 대본은 완전 달랐다. 책이 정말 쉽게 만들어놨던 것이다. 문장들은 더 길고 어려웠으며, 말하는 속도는 빨랐다. 자막에 나오는 단어들을 왜 발음을 안 하지? 대본이 잘 못 된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난이도에 풀이죽어 금방 포기해 버렸다.

 

 

 

 

2. 소울 -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울이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본 적이 있다. 이렇게 감동적이고 재밌게 본 애니메이션이라면 쉐도잉을 끝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게다가 아이들도 보는 에니메이션이 아닌가? 한글 자막으로 감상하고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참 어이가 없다.

 

역시 호기롭게 스크립트 책과 영화를 구매했다. 이 당시는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진지하게 쉐도잉에 임했다. 하지만 대본에 나오는 영어들이 잘 이해가 안 됐다. 지금도 기초가 부족하지만 그때는 더 심각했다. 보기엔 쉬운 단어들로 만들어진 문장인데 해석이 되지 않았다. 구동사를 알지 못했다. 분명 아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단어와 합쳐져 다른 뜻이 된다니... 답답 합만 몰려왔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외우는 방법 밖엔 없었다. 하루치 분량, 한 씬(scene)을 완벽히 쉐도잉 하는데 2주가 걸렸다. 2일 차까지 해보곤 질려버려 포기했다.

 

아이들도 함께 보는 만화 영화니 쉬울 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원어민들의 속어라고 해야 할지, 이상한 말들이 많이 등장했다. 또 흑인 등장인물들의 발음과 억양이 어찌나 독특하던지 따라 하는데 애를 먹었다. 말이 빠른 건 기본이었다.

 

 

 

 

3. 채울 수 없는 - 넷플릭스 미드

'채울 수 없는'이라는 넷플릭스 미드를 봤다. 1화를 봤는데 꽤 괜찮았고, 배우들의 발음이 좋다고 생각해서 쉐도잉을 해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번엔 기필코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2화부터 쉐도잉을 시작.

 

2시간가량 쉐도잉을 계속했다. 슬슬 목이 따갑고 아팠다. 50분짜리 에피소드인데 얼마큼 해낸 걸까 확인해 보니 고작 10분이 지나있었다. 그렇다고 10분가량의 스크립트를 완벽하게 소화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뒤로 돌아가 쉐도잉 해보면 버벅거리기 일쑤였다. 사람들 경험담을 들어보면 1 문장을 완벽히 쉐도잉 하는데 3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던데,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 질려버려 포기했다.


몇 번의 실패 후, 기필을 버리고 적당히 쉐도잉 하면서 미드를 몇 편 봤다. 따라 할 수 있는 정도의 문장을 따라 하고, 너무 힘든 것들은 넘어가면서 미드를 시청했다. 하지만 반복해서 입에 완벽하게 붙이질 않으니 남는 게 없었다.

 

쉐도잉으로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의 영화나 미드를 씹어먹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정도의 근성이 없었다. 화면을 보지 않고도 배우들이 말하는 속도에 맞춰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면 쉐도잉은 하나 마나인 것 같다. 오히려 좌절감만 안겨줄 뿐.

 

많은 유튜버들이 쉐도잉이 최고의 영어 학습법이라 말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쉐도잉에 미련을 버리고 내 수준에 맞는 방법을 찾아 훈련을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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