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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Books

일생일문, 최태성

by 712universe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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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최태성 선생님에 대한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보고 한국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무료로 이런 양질의 강의를 제공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뭐 이런 내용의 댓글이었다. 이런 댓글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고, 짧은 댓글임에도 진심이 느껴져서 어떤 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루한 역사 이야기라면 질색하지만 최태성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 하나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최근 들어 가장 좋게 일은 책이다. 글을 정말 간지 나게 쓰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지라는 표현이 참 그렇지만 그만큼 글이 멋있었다는 말이다. 마음에 '탁' 꽂히는 문장들이 많아서 감탄했다. '이런 게 바로 글을 잘 쓴다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역사 속에서 반성하고 배울 부분을 찾는 책이기 때문에 역사 속 인물들의 명언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 명언들은 매체에서 수 도 없이 남용되는 죽은 말들이지만 최태성 선생님의 이야기를 거치니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술에 감탄했다. 

 

챕터 도입부마다 삽화와 큰 글씨로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지 밑그림을 그리는데, 이해하기 쉬웠고 시작될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돋웠다. 책을 읽는 것인데, 잘 다듬어진 영상이나 PPT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책이 두꺼워졌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 이야기에 크고 두꺼운 책이지만 쉽게 읽혔다. 책 중간마다 인물과 사건에 대한 추가 설명을 실은 부분이 있는데, 대게 이런 건 지루해서 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훌륭한 스토리텔링 덕분에 그 지루한 '설명'이 궁금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여러분께도 묻고 싶습니다. 자신에게 어떤 삶을 선물하고 싶으신가요?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라고 여기면 주어진 삶의 무게와 크기에 막막하고 지칠 때가 너무 많습니다. 그럴 땐 조금 바꿔서 생각해 보는 겁니다. '나에게 어떤 삶을 선물할 것인가.' 그러면 선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기대 덕분에라도 좀 더 희망찬 기운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누군가는 아주아주 부유해서 돈 걱정은 하지 않는 삶을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소소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삶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삶이든 좋습니다. 우리 모두는 생김새도 성격도 꿈도 다르고, 그리니 각자가 지향하는 삶도 모두 다를 수밖에요. 각자의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선물할 삶'이 '우리'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말입니다. '나'보다 '우리'를 앞에 놓기는 어려울 수 있어도, '나'와 더불어 '우리'도 생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을까요?'나'와 '나'가 모여 '우리'가 되듯, '내 삶'과 '내 삶'이 모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됩니다. 또한 '우리의 세상'은 필연적으로 '내 삶'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요.

 사람 '인人'이라는 한자는 두 사람이 서로를 기대고 있는 모양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역사를 통해 서로를 기대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나와 우리, 내 삶과 세상의 관계를 잊지 않는다면, 조금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에 등장한 모든 역사는 '우리'를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저도 여러분도, 우리 함께 더 나은 '사람'으로 역사 앞에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과, 역사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좋았던 문장들

 

유언.

떠나는 자에게는 삶의 마침표가 되는 말

남겨진 자들에게는 삶의 출발점이자 지향점이 되는 말

 

오늘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그리고 삶에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순간,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저는 마지막 날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눈을 감을 때 하고 싶은 말은 이미 결정했습니다. 전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을 펼친 우당 이회영 선생은 평생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사셨는데, 그분이 내놓으신 답이 이거였어요.

"내 일생으로 답했다."

 

자기만의 질문을 품은 사람, 삶의 화두가 분명한 사람은 그 질문과 화두를 뿌리 삼아 어떤 비바람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습니다. 수험생이든 취업 준비생이든 혹은 직장인이든, 이토록 열심히 노력하는데 내 꿈을 펼칠 때가 정말 오긴 할지, 이렇게 시간만 잡아먹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고 초조한 분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7년을 인내한 매미가 결국 세상 밖으로 나와 '맴맴' 울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7년간 허수아비 왕으로 살며 개혁의 칼을 간 광종이 결국 왕권 강화와 개혁에 성공했듯, 때는 반드시 옵니다. '나의 때는 반드시 온다'라고 믿으며 흔들리지 않고 준비한다면 말입니다.

 

김구는 이봉창의 진심을 깨닫고 그를 첫 번째 한인 애국단 단원으로 임명합니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큰 위기에 직면한 상태였습니다. 일본의 거센 압박으로 제대로 된 활동을 펼치지 못하다 보니, "과연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있기는 한 것이냐"는 질문까지 받을 정도였죠. 그런 상황에서 '임시 정부는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도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김구가 만든 조직이 한인 애국단이었고, 이봉창은 그 애국단의 첫 번째 단원이 된 것입니다. 단원으로 임명된 이봉창은 김구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제 나이가 서른한 살입니다. 앞으로 31년을 더 산다 한들 재미가 있겠습니까?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31년 동안 대략 맛보았습니다.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위해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 대해 신사임당이 내린 답은 '그대로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자녀 교육과 돈벌이, 집안 살림에 치여 꿈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도,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 천재 화가로 칭송받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을 남겼을 뿐 아니라, 대학자 율곡 이이까지 길러낸 훌륭한 어머니라는 수식어도 얻었죠.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도무지 시간이 없어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그래서'를 핑계 삼아 안주하고 포기하려는 우리에게 신사임당은 '그래도' 계속하면 얻을 수 있음을, 결국 이룰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지금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살고 계십니까. 무엇을 이루고자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박병선 박사는 생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조국이 너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네가 조국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찾아서 하라"라는 말을 항상 했다고 합니다. 박병선 박사의 '무엇'은 '조국을 위한 일', 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찾아내고 그것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을 바칠 '무엇'이 분명했기에 그 오랜 시간 동안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고, 마침내 엄청난 업적을 남긴 것이겠죠.

우리의 그 '무엇'이 박병선 박사처럼 조국을 위한 일까지는 아닐지라도,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 그리하여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지요. 아직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자신만의 '무엇'을 찾지 못했다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도 좋겠습니다.

'무엇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가? 나를 설레게 하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

 

아우구스티누스

"밖으로 나가지 마라.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라. 인간의 내면에 진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순신

임진년부터 5~6년 동안 적이 호서와 호남을 감히 공격하지 못한 것은 수군이 그 길목을 막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신에게는 오히려 12척의 배가 있사오니 죽을힘을 다하여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지금 만약 수군을 없앤다면 이것이야말로 적들이 다행으로 여기는 바이며, 적들은 호서를 거쳐 한강에 다다를 것이니 소신이 두려워하는 바입니다.

전선은 비록 수가 적으나, 미천한 신이 아직 죽지 않았으니 적들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워낙 유명한 말이지만 작가의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가 다시 접하니 몹시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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