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하다는 손자병법을 읽어보지 못해서 들고 왔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이라는 책이다. 책에는 구구절절 옳은 소리만 적혀있다. 어디서나 들어봤을 법한 소리지만 흘려듣지 않고 마음에 새길 수 있다면 살아가는 데 있어 강력할 무기가 될 거다.
다른 블로그들처럼 책에 대한 내용을 다루려는 게 아니다. 책을 읽기도 전에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보고 인상을 쓴 내 모습이 재미있어 글로 남기고 싶었다. 지은이 강상구는 TV조선의 기자다. 'TV'조선'이라는 단어 하나만 보고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쓰레기 언론사 중 하나인 TV조선의 높은 기자님이 쓰신 책이라니. 강상구란 인물이 누군지도 모른 채 TV조선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책과 사람을 판단해버렸다. 이런 내 모습이 어느 한 편에 서서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게 아닌가 싶어 책을 끝까지 읽었다. 읽기가 무척 싫었다.
책은 생각(?)과 달리 멀쩡했다. 고리타분한 옛날 옛적 이야기인 데다가 한자가 많이 나와 어려울 것 같았지만 읽기가 어렵지 않았다. 손자병법의 이해를 돕기 위한 역사 속 이야기들도 읽는 재미가 있었다. 허위 보도처럼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없었다.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갔다. 분명 어디에선가 한 번쯤 들어본 흔한 말들이지만 삶에 적용시킬 수만 있다면 도움이 되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굳은 뇌를 깨뜨릴만한 도끼 같은 문장은 발견해 내지 못했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고전이다. 전쟁은 규칙이 없다. 스포츠가 아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로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비열한 수를 쓸지언정 말이다. 현대의 전쟁터라고 할 수 있는 정치판에서 한나라당인지... 자유한국당인지... 새누리당인지... 지금은 국민의힘이라 불리는, 이름을 딱지 뒤집듯 바꾸는 이 이익집단이 그래서 이토록 오래 살아남는 걸까.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파렴치한 짓을 수없이 저지르고 사과도 없이 계속 살아남으니 말이다. 반대로 상대 진영은 이게 전쟁인지 선비 놀음인지 헷갈려 보인다. 밥그릇 생각하느라 눈치만 볼뿐 기필코 이기겠단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중년으로 접어드는 시기, 삶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읽은 책인데 엉뚱한 생각만 하게 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읽고싶지 않은 책이고 추천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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