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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Books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 안톤 숄츠

by 712universe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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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제작자, 교수, 언론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한독인' 안톤 숄츠의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을 읽었다. 글쓴이는 독일 사람인데, 어떤 우연한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어 외딴 한국 땅에서 20년 이상 살아온 사람이다. 글쓴이를 처음 본건 정치 토크쇼 TV 프로그램에서였는데, 놀랍게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해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독인'이라고 부르기에 무리가 없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를 집필한 알렉스처럼 안톤 숄츠도 한국어를 기가 막히게 구사한다. 사용하는 문장이나 단어의 수준은 물론이요, 발음까지 훌륭하다. 그래서일까 외국인이 쓴 한국말 책임에도 쉽게 읽혔다. 한국인이 쓴 책들보다 더 쉽게 읽히는 느낌이 있었다. 한국 사람이 쓴 책이어도 이상하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이 있다. 온갖 수식과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보다 이런 게 글을 잘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인의 시각에서 한국인들의 이상한 점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한다. 솔직히 말해 한국인들의 못난 점 또는 안타까운 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독일 사람으로서 한국에 20년 넘게 살면서 가정을 만들고 아이를 가질 수 있었던 건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 애정을 책에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본문에서도 자신의 솔직한 의견이 불편할 수도 있다고 솔직히 이야기하고 있다. 프롤로그 제목이 '행복을 꿈꾸는 한국 사람들에게 건네는 달콤 쌉싸름한 연애편지'인데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된다. 쓴맛이 많이 난다.

 

쓴맛이 꽤 많이 나는 연애편지지만 글쓴이의 시각이 불편하진 않았다. 공감하며 글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한국 놈들은 이래서 안 된다'라며 한국인 스스로 자조 섞인 농담 하는걸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한국 놈들의 '이래서'를 찾아 뼈를 때린다. 돈, 일, 결혼, 아이, 출산, 집, 교육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대부분의 '한국 놈'들이 평생토록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주제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한국인들만의 이상한 행복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내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점은 좋았다. 한국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알겠지만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 공감을 하면서도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하고 두 발로 걷는 생명체를 '사람'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부르지만, 각 나라 사람들은 너무나 다르다. 나라별로 무슨 도장이 찍혀있는 것 같다. 외형과 언어를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사회 현상들은 물론이고 '한국 놈의 본성'이란 게 정말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이 달콤하고 쌉싸름한 연애편지의 의도는 알겠지만 이렇게 열린(?)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글쓴이가 자라왔던 특별한 환경 덕분이 아닐까 싶다. 독일 사람이 더 나은지, 한국 사람이 더 나은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그냥 다르다.

 

이런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게 나이가 들면서 삶의 태도가 바뀌어서 그런 것 같다.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진심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오길 원하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진 한국이 번쩍하고 좋은 방향으로 변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모든 나라의 역사가 진보와 후퇴를 반복해왔는데 한국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냐만은, 정치판도 그렇고 요즘 뉴스를 접할 때면 암담하다. 정치 성향을 떠나 인간으로 부르기 어려운 것들이 반복해서 힘을 가진다. 꼭 정치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문제들이 현재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눈감기 전까지는 이 꼴이 반복될 것 같다.

 

지옥 같은 세상이 되었다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안톤 숄츠는 좋고 나쁜 상황이란 건 없다고 말한다. 혹여 지옥이라 하더라도 무엇이 될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고. 공감한다. 한국은 아직 지옥이라 부르기엔 몹시 살만한 나라다.  나 역시 세상 탓을 할게 아니라 스스로 내 길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 인생을 어떻게 바꿀 있는지, 무엇에서 만족하며 행복할 있는지. 한국은 지옥도 천국도 아니지만, 수도 있다. 무엇이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외국 국적의 사회학자 혹은 저널리스트로서 한국 사회와 한국인들의 특성에 관한 인문서와 에세이를 써서 우리의 지평을 넓혀준 저자들은 지금까지 제법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을 쓴 저자 안톤 숄츠는 기존 저자들과 달리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 청소년 시절 태권도를 매개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불교와 선사상에 매료되어 한국의 문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이후 20년 넘게 다양한 직업인으로서 우리 사회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독일 공영방송 ARD 프로듀서와 프리랜서 기자로 활약하면서 저널리스트의 입장으로서, 미디어회사를 운영하고 외국과 한국의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하는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개인사업자의 관점으로, 국내 대학의 독일어교육학과의 교수로 재임하면서 교육자의 입장으로, 결혼하고 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학부모의 자격으로 대한민국 각 분야의 현장을 체험하며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지켜봐 왔다. 평범한 한국 사람보다 한국 사회의 이면을 다채롭고 깊이 있게 경험한 지성인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한국에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사회와 사람들은 그에게 여전히 의문과 궁금증을 일으키는 대상이다. 1994년 ‘한국’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나름 행복을 누렸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저자는 한국인들에게 깊은 사랑과 공감을 느끼지만, 때론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의아하기만 한 모습들을 목격한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꿈꾸는 롤 모델”(9쪽)이자 “지루할 틈 없이 역동성이 날마다 숨 쉬는 곳”(263쪽)이면서도, “많은 유무형의 규제가 존재하는 동시에, 어린 시절부터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은 특성”(11~12쪽) 탓에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8쪽)이 너무 많은 사회다. 나라는 점점 부강해지고 최신 트렌드가 넘쳐나는 반면, 자살률이 증가하고 ‘행복지수’는 하위권에 머무는 이상한 곳이다. 저자는 자신이 한국에서 행복을 찾아온 과정을 이야기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며, “나를 이끌어 이토록 놀라운 경험과 사랑, 그리고 기회를 선사해 준 이 나라와 사람들에게 내 진심을 건네고 싶”(10쪽)은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아갈 대한민국 사회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저자의 모색과 조언이 담겨 있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들의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한다.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불편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맵고 쓰고 독한 메시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한국 사람들을 잘 알고 있는 그의 글에는 폭 넓은 이해와 애정, 응원이 가득 담겨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의 진정한 행복과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고찰을 음미해 보게 될 것이다.
저자
안톤 숄츠
출판
문학수첩
출판일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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