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님과 김지수 작가의 인터뷰를 담은 책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었다. 말 그대로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이라 할 수 있겠다. 이어령 선생님께 가까이 다가온 죽음을 예견한 상태에서 진행한 인터뷰기에 김지수 작가의 조금은 복잡한 심경을 읽을 수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인터뷰 형식을 취한 글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 거기다 동등한 입장에서 나누는 인터뷰라면 차라리 읽을만하겠는데, 스승을 한없이 존경하는 제자와의 인터뷰는 읽기가 더욱 불편했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인터뷰 형식의 글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들이 있어 중간에 책 읽기를 포기하려고 했다. 그래도 불편함 보단 이어령 선생님의 재치 있고 깊은 생각들을 읽는 즐거움이 더 컸다. 마지막으로 가면서 더 좋아졌던 책이다.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담고 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등장하지만,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다. 괜히 눈물 짜게 만드는 내용도 없다. 오히려 담백하고 유쾌한 느낌을 받았다. 매번의 인터뷰가 정확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것 같지는 않다. 문답 형식으로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중에 이어령 선생님의 좋은 말씀을 작가가 잘 간추린 것으로 보인다.
인생의 마지막이 왔음을 느낄 때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나라도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을 것 같다.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시는 이어령 선생님은 남기고픈 소중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으셨을까. 책장 넘기기를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볼만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특이 이 인터뷰는 더 신경쓰이지 않았을까. 이어령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이 계시니 말이다. 단순 인터뷰가 아니라 마지막으로서 어떠한 책임감도 느끼시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처럼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가 이 인터뷰의 핵심이다. 돌아보면 선생이 이 시대에 태어나 대중 앞에 서서 쓰고 말한 모든 것도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아직도 천둥벌거숭이처럼 살아가는 걸 보면 나는 죽음이 뭔지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 왔을 때 '여한은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좋은 책이었고 몇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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