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의 강연과 대담을 묶은 '거시기 머시기'. 제목이 참 거시기하다. 언어 학자답게 언어를 통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전달해 준다.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챕터 중 '한국말의 힘' 부분을 가장 재밌게 읽었다. 단어 하나까지도 이렇게 저렇게 보고, 또다시 뒤집어도 보면서 다양한 관점을 전달해 주는 점이 신선했다. 역시 '언어 학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작가의 설명이 말장난 같기도 했고 억지스럽다고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설명이 어찌나 재치 있고 기발한지 읽어 내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익숙하고 당연한 언어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낼 수 있는 건지 신기하고 부러웠다. 이 나이 때면 머리가 굳을 대로 굳어 '슈퍼 꼰대'가 될 나이가 아닌가.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이어령 선생님이 그저 이름을 날린 유명한 작가인 줄로만 알았는데, 대한민국 역사에서 누구나 알만한 발자국을 남기신 분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언젠가 한 번쯤 들어봤을 슬로건과 생각 없이 써오던 단어들이 그가 만들어 낸 것일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인지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그렇게 생생하게 느껴졌나 보다. (반드시 그렇진 않겠지만) 이어령 선생만 알고 있을 것 같은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읽은 재미도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으셨을까. 이런 분들은 마치 다른 시간 속을 사는 사람 같다.
기본 소양이 부족해서 부드럽게 읽어내긴 어려운 책이었지만 그래도 졸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책과 글, 언어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지루할 수 있는 강연과 대담을 모아놓은 책인데 나름 재미가 있었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세계는 빛나고 누구나 자기 인생을 말할 수 있다."
책의 주제로 삼을 만한 문장을 뽑기가 어려웠지만 위 문장을 선택하고 싶다. 작가가 평생을 바쳐 세상과 소통하면서 이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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